제가 바로 직전 포스팅인 조선왕조 쇠망사 7에서 사림이라는 세력에 대한 개괄적인 사실들을 서술했습니다. 그 포스팅에서 쓴 사림의 특징 중 하나가 주자성리학 근본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책이 바로 소학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뿐만아니라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계보에 있는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등 조선이 망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서로 갈라져 싸운 붕당정치를 했던 모든 세력들이 사림과 그 후예들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모두 사림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조광조, 군사력 약화의 씨앗를 심다
조광조는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에 의해 중용된 당시 사림파의 얼굴마담이자 대표주자였습니다. 조광조는 기묘사화로 실각할 때 까지 매우 짧은 세월동안 조정에서 일을했지만 그가 했던 일들은 조선사회에 깊게 뿌리내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의 군사력 약화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조선은 군사력이 매우 허약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현재 천무와 같은 다연장 로켓포의 시초라고 말하는 신기전도 조선초기인 세종때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나라가 조선중기로 들어오면서 일본에게 당하고 자신이 그렇게 오랑캐라고 여겼던 여진족(청)에게도 당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광조는 어떻게 군사력 약화의 씨를 조선에 심었을까요?
8월 16일 - 조정에서 속고내 토벌 결정
함경도 절도사로부터 속고내가 사냥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병조판서 유담년은 중종에게 군사작전을 제안한다. "속고내는 임신년에 갑산지방에서 노략질하였는데 그때 황형이 제어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나와서 사냥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이 오랑캐를 사로잡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신을 불러 의논하게 하소서".
중략
중종은 즉시 삼공과 지변사재상 등을 불러들여 같이 논의하게 했다. 영의정 정광필이 말했다. "속고내는 오랑캐 중에서 가장 발호한 자입니다. 이 오랑캐의 발호로 인하여 망합, 주장합이 이따라 배반했으니, 이 오랑캐는 난의 원인입니다. 만약 국경 가까이 나오면 오히려 계책을 써서 사로잡아야 합니다". 옆에 있던 병조판서 이장곤도 무슨 계책을 써서라도 반드시 속고내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성운, 사림, 조선의 586, 164~165page
위의 인용문을 해설하자면 속고내라는 사람은 여진족 추장으로서 북쪽 국경일대에 나타나 노략질을 일삼던 사람이었습니다. 전에도 잡으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속고내가 한가하게 사냥을 나왔다는 것을 알고 함경도 절도사가 군사작전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에따라 영의정과 병조판서는 어떠한 계책, 즉 매복과 같은 계책을 써서라도 속고내를 잡아야 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조광조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조)광조가 아뢰기를 "제왕의 거동은 반드시 사리가 바른뒤에 거행해야 합니다. 지금 속고내가 모역하는 마음이 없고 다만 사냥하러 왔을 뿐인데, 우리가 불의에 엄습하여 사로잡으려 한단 말입니까? 이와 같은 일은 변방의 장수가 행여나 편의로 처리하였더라도 불가한데, 조정에서 스스로 도적의 꾀를 행하여 죄가 있다면 죄를 묻는 군사를 일으켜야 합니다. 지금 변방에서 요란을 피운 것이 아닌데 몰래 군사를 내어 엄습하는 것은 진실로 불가합니다.
유성운, 사림, 조선의 586, 166page
조광조는 속고내가 약탈을 했던 것은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단순히 사냥하러 왔는데 그를 잡아서야 되겠느냐고 한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매복같이 속이는 계책을 쓰는 것은 군자답지 못하니 그런 것을 사용하지 말고 소위 정직하게 하자는 말입니다. 바로 왕도정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고 있는 유교적 왕도정치가 무엇일까요?
유교에서 어진 덕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유교교리. 정치사상. - 한국민족대백과사전
덕으로 다스려야 하니 당연히 군사를 보내 토벌하는 것은 조광조의 입장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사상을 체화하고 있는 조광조같은 사람들이 조정을 장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라의 군사력은 약화되는 것입니다. 역시 주자성리학 근본주의를 탑재한 사람들 답습니다.
조선을 주자성리학 근본주의 국가로 만들자!
조광조를 대표로 한 사림세력은 조선을 자신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주자성리학을 절대진리로 여기는 소위 '주자성리학 근본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장악해야 할 기관을 정하고 자신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 한가지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1) 검찰, 언론, 학술을 장악하자!
조선에서도 검찰과 감사원의 역할을 하는 기관과 언론의 역할을 하는 기관 그리고 학술을 관장하는 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바로 삼사라고 불리웠던 곳으로서 사헌부(검찰, 감사원), 사간원(언론), 홍문관(학술)이 그 기관들입니다.
현재도 마찬가지로서 뭔가 어떤 이념을 퍼뜨리고 싶어하는 집단은 현재도 언론, 학술(대학, 학회 등), 법조를 꼭 장악합니다. 얼마전까지 중국이 자유세계에 했던 행동이 이와 같습니다. 공산주의 사상을 퍼뜨리기 위해 언론사, 학자들을 매수하고 법조에 유력인사들을 매수했습니다. 그런 일이 조선시대때도 있었던 것 입니다.
이들은 비판과 간쟁의 기능을 가진 삼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 유성운, 사림, 조선의 586, 50page
현재도 학계에서 다른 의견 혹은 학설이나 사실들을 주장하는 학자는 매장당하기도 합니다. 그 학자는 교수자리 하나도 얻지 못합니다.
2) 시험이 아닌 추천제를 도입하자!
조광조를 대표로한 사림세력은 자신의 사람들을 정부 요직에 심기위해 '현량과'라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현량과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현량과는 조선시대 중종 때 조광조가 건의하여 실시한 천거시취제 채용이다. 학문과 덕행, 재주가 뛰어난 인재를 천거하게 하여 조선 군주가 직접 면접으로 선발, 관료로 임명하는 것이다. - 위키백과 현량과 편
한마디로 시험이 아닌 추천으로 인재를 뽑자는 말입니다. 가끔 공부에 컴플렉스가 있는 분들이 시험이 완벽하냐? 라고 말하며 이런 제도를 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시험이라는 것이 완전할 수 없습니다. 영어테스트로 유명한 토익시험도 계속 추가되고 바뀌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험이 없다면 그 사람의 실력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예를들어 삼성이 해외영업부 사원을 뽑는데 토익시험 점수를 안본다고 합시다. 이때 이 공채에 1만명이 지원했다면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해외영업에 필요한 영어실력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요?
지원자들을 전부 모아놓고 "영어 잘하십니까?" 하고 물어보면 될까요? 아니면 모든 사람들을 전부 임시채용해서 일을 시켜봐야 할까요? 만약 이렇게 한다면 기업은 채용에 있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삼성에서 영어시험을 만들어 치러야 할까요? 밥먹고 시험만 출제하는 토익주관사인 ETS도 계속 연구하여 토익시험을 바꾸고 있는데 삼성이 만들면 과연 전문기관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시험을 부정하면 그 사람의 실력을 알기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과거나 현재나 객관적인 시험을 배제하고 추천이니 천거니 하는 것은 자기 사람을 심거나 다른 이익을 보기위한 꿍꿍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책을 제안한 사람들이 바로 사림파였던 것입니다. 물론 현량과는 훈구파의 반발로 거의 실행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