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쇠망사 2에서 조선을 건국한 세력은 이성계와 고려말에 등장한 신진사대부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들은 유학의 종류중에서 주자성리학을 신봉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들의 정신세계와 그로인한 행동을 이해하려면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1. 유학이란 무엇인가?
2. 유학과 주자성리학은 어떻게 다르며 주자성리학은 무엇인가?
3. 중화사대주의의 근원이 무엇이며 주자성리학과 무슨관계인가?
이번 포스팅에서는 위의 세가지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사상의 흐름
먼저 여러분들이 쉽게 접하실 수 있도록 사상의 흐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흐름도를 보시기 바랍니다.
1) 중화사상 혹은 중화사대주의
먼저 중화사대주의와 중화사상의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중화사대주의는 중화사상을 타민족 혹은 국제적으로 넓힌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먼저 중화사상을 알아야 합니다. 위의 흐름도에서 보시듯 중화사상은 매우 오래된 통치이념으로서 기원전 11세기에서 3세기 경 까지 존재했던 주 왕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은 중국역사에서 '중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중원을 차지해야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역사에서 '중원'이라는 지역과 그 개념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중원'이라는 지역이 어디일까요?
전통적인 중원지역은 허난성 일부, 산시성 일부, 산둥성 일부에 걸쳐져 있는 황하유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나라의 강역 또한 중원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보일겁니다. 중화사상은 이곳에서 발생한 통치이념입니다.
그렇다면 중화사상의 내용이 무엇일까요?
중국인(주로 한족[漢族]) 특유의 자문화 중심주의 사상. 골자는 중화 문명(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그 문화적 역량이 어떠한 다른 문명보다도 우수하다고 믿으며, 다른 문명을 오랑캐로 낮잡아보는 사상. - 나무위키, 중화사상
이 중화사상이 처음에는 내부결속용이었습니다. 주나라가 존재하던 시기에는 과학기술이나 교통수단과 통신수단 등이 원시적이었거나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대국가가 다스리기에 매우 넓은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쉽게 다스리기 위한 사상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바로 중화사상이었던 것입니다.
중화사상에 보면 자신들을 다스리는 왕을 천자라고 합니다. 즉 '하늘의 아들, 하늘에서 왕으로 내려준 자'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런 명분이 생기면 왕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왕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을 것입니다. 동시에 백성들에게도 자부심을 주는데 천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문명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매우 배타적이 되어 천자가 다스리지 않는 타민족은 모두 미개한 민족이 되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중화사상 입니다.
그래서 중원을 차지한 천자가 다스리는 곳은 문명국으로서 화(華) 나머지는 오랑캐로서 이(夷)가 되어 야만인인 오랑캐가 문명국을 섬기고 사대하는 사대사상으로 중화사상이 변모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중화사상이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주나라의 경우는 이후 중국역대 왕조의 강역에 비하면 매우 작았습니다. 그러나 주나라 이후 중국왕조의 강역이 중원에서 사천, 양자강 이남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오랑캐로 여기는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따라서 중화사대질서로 한반도, 티벳, 몽골, 만주 등지에 사는 민족들이 빨려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 공자의 유학사상
유학이라는 학문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주나라가 분열되어 등장한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난 공자(공구)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입니다. 이 유학사상은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신(信)이라는 다섯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들을 가르치는 사상입니다.
이 다섯가지 개념을 상세하게 들어가보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왕에게 충성을 바치고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왕과 제후의 관계,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어디까지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가 멸망하던 시기에 왕이 각 지방에 제후로 책봉했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며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여러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서로 정복하기 위해 죽고 죽이는 시대가 바로 춘추전국시대 였던 것입니다.
이 난세를 타개하고자 제자백가(공자, 맹자, 도가 등)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론을 들고나왔고 공자의 유학사상도 바로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공자는 중국과 다른나라의 관계를 모색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 안에서의 관계를 모색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공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중화사상과 유학의 만남
위의 사상의 흐름에서 기원후 2세기 경 전한의 학자 '동중서'에 의해 유학과 중화사상이 섞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동중서는 왜 두 사상을 섞었을까요? 바로 자신이 살던 시대의 황제였던 한무제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한무제는 한나라라는 거대 제국을 통치할 이념을 원했고 동중서는 이에 화답한 것입니다.
그럼 동중서의 이념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유학에 기반한 대일통(大一統)사싱이었습니다. 원래 유학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춘추전국시대라는 난세때 공자가 제창한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원래 주나라의 제후들이었던 사람들이 자신도 천자가 되겠다며 들고일어나 나라를 세우자 나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그 많은 나라가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죽이고 죽이던 매우 혼란한 시대였습니다.
이에따라 공자는 인간끼리의 위계질서를 정의하고 상하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설파했습니다. 예를들자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 왕과 신하의 관계 등 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명분이 하늘로 대표되는 신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명분이 그 전과 비교가 안될정도로 강해집니다. 동중서의 이념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천자는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다. 때문에 제후는 천자로 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또 신하는 통치자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아버지로부터 명을 받아야 하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명을 받고 위를 섬기는 자들이 실제적으로 섬기는 것은 하늘이다.
김경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133page
거기다가 동중서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결합시켰습니다. 따라서 "복받으려면 잘해라"라는 강한 의미가 되버립니다.
그는 우주의 모든 존재를 다음과 같은 10개로 단순화 시켰다. 하늘, 땅, 사람, 음, 양, 금속, 나무, 물, 불, 흙.
중략
동중서는 이 10가지 원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간 세계에 화와 복을 만들게 되는데, 그 화와 복은 전적으로 인간의 하늘에 대한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 김경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135page
이런 사상이 중국에서 한나라 때 부터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나라 때 까지만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통치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중화사상의 화이질서와 조공 책봉관계를 대일통 사상과 섞어버리면서 국외까지 적용되는 이론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주자성리학을 설명해 드리겠지만 주자성리학 또한 주자가 유학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위계질서에서 마땅히 해야할 도리에 대한 명분을 형이상학적인 것들로 잡았습니다. 따라서 주자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만든 조선의 지배층들은 화이질서와 중화사상을 마음으로 체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단순한 외교관계에 불과했던 것이 말그대로 '인간의 도리'가 된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주자성리학을 최대한 알기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