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에드워드 기번이라는 사람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라는 책을 아시나요? 로마가 왜 쇠해지고 결국 멸망했는지를 쓴 매우 두꺼운 책입니다. 사실 조선도 쇠망사가 있습니다. 단순히 잘 있던 나라가 몇 사람에 의해 일본으로 넘어간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이 부분을 쓰고자 합니다.
더 이상 미화는 그만하자
어쩌면 이 시리즈를 쓰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는 조선이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비참하게 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여러 미화를 하며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왔습니다. 여러분들도 학창시절에 '조금 늦었지만 잘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와서 우리를 식민지 삼았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 삼지 않았다면 우리가 알아서 근대화를 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전형적인 미화입니다. 그 시대때 기록된 여러 책들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내부가 완전히 무너져 복구가 불가능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외국인들이 입국해서 돌아다니며 쓴 기록들을 보면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명확히 조명하고자 합니다.
몇몇 사람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말자
우리는 학교에서 국사시간에 조선이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이유에 대해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을사오적이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겨서 라고 들어왔습니다. 이완용은 을사오적의 수괴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여러분! 한 나라가 망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과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나라가 비교적 잘 있는데 외부에서 그 나라가 감당할 수 없는 외침이 들어와서 망하는 경우가 있고, 두번째는 어떤 계기로 나라의 내부에서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하여 완전히 썩어 무너졌을 때 외부에서 유래한 이유로 망하는 경우입니다.
조선은 두 경우 중에 어떤 것에 해당할까요? 바로 두번째 경우입니다. 조선 중기에 큰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에서 조선은 망하지 않고 잘 버텨낸 것 처럼 보였으나 사실 내부의 시스템이 내파당한 상태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임진왜란 바로 뒤에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에게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때부터 조선은 내부부터 곪아 썩어들어가기 시작하여 결국 1910년에 망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임진왜란 때 차라리 조선이 멸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섰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따라서 조선이 망한 이유를 단 몇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어쩌면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의 누명을 벗기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실패에서 우리의 숙명을 배워야한다
제 블로그의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제가 한반도의 지정학에 대한 글을 여러개 써 왔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나 한반도의 위치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이 숙명이 바뀔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이론만 배우는 것은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론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증명되었느냐 입니다. 우리 역사속에서 그 이론이 가장 크게 작용한 때가 바로 조선말기(구한말) 때 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망한 이유를 몇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고 그 당시 나라상황을 미화한다면 역사를 통해 배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 부분을 제대로 배운다면 현재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속에서 누구의 편에 서야할 지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이후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살아야 할 우리 후손들에게도 가르쳐줘야 하는 매우 중요한 지식인 것입니다.
일제시대를 객관적으로 보자
자유우파쪽에서는 일제시대때 여러 지표들을 보고 조선말기(구한말)때에 비해서 일제시대때 삶을 질이 더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두고 반대편인 좌파들은 거품을 물고 달려듭니다. 어떻게 일제시대를 미화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나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표들은 어떤 진실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일본이 우리를 발전시키려고 식민지를 삼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더 이상 악화될래야 악화될 수 없었던 당시 조선의 내부 상황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조선말기(구한말) 때는 상하수도 시설 및 위생시설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우물에서 식수를 떠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땅을 파서 만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화장실을 우물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만든결과 비가 조금만 오면 화장실의 오수가 우물로 흘러들어갔고 사람들은 이를 알지못한 채 우물을 식수로 먹다가 전염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습니다.
일본이 식민통치를 시작하고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줄자 당연히 평균수명의 수치가 높아진 것입니다. 즉 조선말기(구한말)때 상황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