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조선시대 통용됐던 화폐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상평통보? 저도 그렇습니다. 조선말기 그리고 구한말 때의 화폐제도는 어땠을까요? 사실 이때는 흥선대원군의 실책과 흥선대원군을 제치고 스스로 왕 노릇을 하게 된 고종의 실책으로 당시의 화폐제도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화폐제도의 특성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고대의 화폐부터 현재의 화폐까지 그 변천사를 대략 배웁니다. 고대의 조개껍데기 같은 화폐부터 금이나 은 같은 실제 귀금속을 화폐로 사용하기도 했고 이 또한 여러 단점이 드러나자 따로 화폐를 발행하되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에 그 가치를 고정시키는 금 · 은본위제 같은 형태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금과 은의 산출량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규모가 커지는 만큼 필요한 화폐량을 맞추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그러자 화폐와 귀금속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관리통화제도'로 바뀌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관리통화제도 하에서는 통화를 발행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절대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구체적으로 어떤 신뢰일까요? 바로 통화를 발행하는 주체가 '그 화폐의 가치를 지켜줄 것' 이라는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해당 통화를 통용시키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런 화폐제도의 특성을 숙지하시고 다음 내용을 보시기 바랍니다.
화폐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경제를 인체로 비유한다면 통화는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바로 피입니다. 인체는 피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기도 하고 영양분과 노폐물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화폐는 바로 서로 무엇인가를 교환을 편리하게 하는 매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화폐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거래를 해야할까요? 바로 물물교환만이 답일 것입니다. 시장만능론자들이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태초의 자연적 시장은 물물교환시장이 전부입니다. 물물교환에서 벗어나려면 화폐가 필요한데 화폐자체가 제도적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물물교환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렵고 힘듭니다. 물물교환의 단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나는 쌀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고등어와 바꾸고 싶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 고등어를 가진 사람을 찾는다.
2. 고등어를 가진 사람중에 쌀을 원하는 사람을 찾는다.
3. 물물교환 비율을 정한다(쌀 얼마에 고등어 한 마리).
4. 비율이 서로 맞으면 교환이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교환 안 함.
즉 내가 원하는 고등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등어를 가진 사람도 쌀을 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고등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돼지고기를 원한다면 쌀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며 필요한 물품의 종류가 한두 가지도 아니고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거래해야 한다면 상거래 자체가 매우 힘든 고역이 될 것입니다.
화폐제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시장경제는 제도다 1 - 물물교환, 화폐의 출현, 금본위제를 참조하고 빨간 글씨를 클릭하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
화폐제도가 안정되지 못하면 경제발전은 없다
따라서 국가경제에서 화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화폐제도가 붕괴해 있거나 적어도 안정되지 못하면 그 나라의 경제는 절대로 발전하고 고도화될 수 없습니다. 화폐제도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통화의 가치가 거의 일정하게 보호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선말기 · 구한말의 상황이 화폐제도가 아얘 붕괴했기 때문에 조선의 경제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우리가 늦었지만 잘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와서 덥석 우리를 삼켰다는 것입니까? 이제 흥선대원군과 고종이 무슨 짓을 했길래 당시 화폐제도가 붕괴되었는지 알아볼까요?
흥선대원군, 조선의 화폐제도를 붕괴시키다
1. 흥선대원군의 개혁작업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임진왜란 이후 쌓여왔던 조선의 폐단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화 사대주의의 끝판왕이자 왕권약화의 상징이었던 만동묘를 철폐했고 70년간 이어왔던 풍양조 씨와 안동김 씨의 세도정치를 끝장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직후 벌어진 예송논쟁, 그리고 세도정치 등으로 왕권은 바닥으로 추락한 지 오래였습니다. 따라서 흥선대원군은 왕권강화를 하기 원했고 그의 개혁의 정점에 왕권강화가 있었습니다. 왕권강화를 이루기 위해 그는 하나의 거대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 경복궁 중건을 시작하다
갑자기 경복궁을 중건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경복궁이 언제 파괴된 적이 있었을까요? 바로 임진왜란 때 일본에 의해 파괴되기도 했고 왕이 피난 갔다는 말을 듣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당시 백성들이 분노하여 궁에 쳐들어가 방화를 저질렀습니다. 이때 경복궁이 파괴되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집권했을 때는 임진왜란이 끝난 지 수백 년이 지난 뒤 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이 임진왜란 때 파괴된 그대로 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임진왜란 이후 수백 년간 경복궁은 버려진채 왕들은 276년동안 창덕궁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그것을 다시 원래상태로 복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3.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무리를 하다
경복궁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수백년이 지나도록 그대로였다는 것은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가 임진왜란 전의 상태로 전혀 복구되지 않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복궁을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라가 수백년간 가난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흥선대원군이 집권할 당시에도 그대로였고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복궁을 중건하려니 재원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자 흥선대원군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했습니다. 바로 고액권 화폐의 발행이었습니다.
백성으로부터 반강제 성금을 받을 정도로 비용 압박에 시달리던 대원군은 마침내 1866년 10월 기존 상평통보에 비해 명목가치가 100배인 '당백전'을 주조해 통용시켰다. - 박종인, 매국노 고종. 51page
결과는 어땠을까요? 초인플레가 일어나 화폐가치가 똥값이 되었습니다. 이 정책으로 말미암아 조선사회는 완전히 거덜 나 버렸습니다.
흥선대원군, 외국화폐를 들여오다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흥선대원군이 했던 정책이 바로 외국의 화폐를 들여와 자국의 화폐인 것처럼 통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청나라 화폐인 청전을 들여온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현재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과거 북한에서 김정일 정권이 대대적인 화폐개혁을 했었습니다. 이유는 부자들의 돈을 빼앗겠다는 것이었습니다.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배급체제가 무너지자 북한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장마당을 만들기 시작했고 원시적인 자본주의가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타고난 상술로 부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부자들이 생겨나면 북한정권에는 위협이 됩니다. 그래서 이들의 재산을 빼앗고자 2009년 김정일 정권은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개인 당 일정금액의 한도를 정해 그 한도 내에서 새 화폐로 기존화폐를 바꿔준 것입니다. 따라서 이때 북한화폐에 대한 북한 주민의 신뢰가 떨어졌고 실제 장마당에서는 북한화폐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장마당에서는 어떤 화폐가 통용되었을까요? 바로 중국의 위안화나 달러 같은 외국화폐가 통용되었습니다. 북한화폐는 세금낼 때 정도만 쓰였습니다. 조선말기 때 흥선대원군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고종, 청전을 폐지하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자신을 얼굴마담으로 세워놓은 것에 불만을 가진 고종은 결국 1873년 11월 아버지를 몰아내고 자신이 친정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다음 해 1월 6일 전격적으로 청전을 폐지해 버립니다. 사실 고종이 청전을 폐지한 것 자체는 언젠가 당연히 해야 할 것이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분명 청전은 외국화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 대책 없이 폐지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화폐든 기존에 널리 통용되던 화폐를 폐지하려면 대체화폐를 충분히 만들어 놓고 합리적인 교환비율을 정한 뒤 충분한 기간 동안 교환해 주면서 서서히 폐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종은 아무 생각 없이 말 한마디로 청전을 폐지시켰습니다.
과연 조선사회는 흥선대원군과 고종의 실책을 어떻게 되었을까요?
고종이 청전을 폐지한 과정과 결과를 더 알고 싶다면 고종과 민비(명성황후)의 나라 말아먹기 6 - 경제정책과 재정관리를 참조하고 빨간 글씨를 클릭하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